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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70도 유지하라" 美 '백신 피자박스' 특급 수송작전 돌입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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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작업을 하고 있다. 화이자가 제공한 사진으로,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작업을 하고 있다. 화이자가 제공한 사진으로,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12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대대적인 '수송 작전'이 시작됐다.

화이자 백신, 13일 오전 미시간주 공장 출발
영하 70도 유지하면서 미 전역 636곳 배송
14일 의료진 첫 접종, 21일 요양원도 시작
시위대·사고 우려, 냉동트럭에 차량 호위

 
미 정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프 퍼나 육군 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신을 상자에 담아 포장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첫 백신은 일요일(13일) 오전 캘라마주 공장에서 미 전역으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신은 14일 대형병원 등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14일 의료진을 대상으로 첫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FDA가 승인한 첫 코로나19 백신인 화이자 백신은 감염 예방률이 95%로, 면역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영하 70도에서 운송 및 보관해야 하는 게 최대 단점이다. NPR은 "영하 70도는 남극의 겨울과 같은 기온"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물량이 달리는데, 배송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 때문에 화이자는 백신을 담는 컨테이너를 직접 개발하는 등 개발 단계부터 배송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운송을 맡은 특송업체 UPS와 페덱스는 '백신 루트'를 새로 개발하고 수차례 도상 훈련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이 대대적인 백신 발송 작전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이자는 백신 재료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와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에서 받아 미시간주 캘라마주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한다. 백신은 약병 1개당 5도스(5회 투약분)를 담는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수송 어떻게 하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수송 어떻게 하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피자 박스처럼 생긴 넓고 네모난 트레이에 백신 약병 195개가 들어간다. 피자 박스 한 판 크기에 최소 975회 투약분이 담기는 셈이다. 이어 피자 박스 모양 트레이 5개를 컨테이너에 켜켜이 쌓아 담고 드라이아이스를 채우면 약 5000회 투약분이 포장된다.
 
이동 경로 추적을 위한 GPS 장치와 온도 센서를 부착한 이 컨테이너는 화이자가 개발했다. 온도를 영하 70도로 맞추기 위해 채워야 할 드라이아이스양을 계산해 컨테이너를 구상했다. 최대 10일까지 영하 70도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배송은 UPS, 페덱스, DHL 등 특송 전문업체가 맡는다. 자체 항공 수송 능력이 있고, 미 전역에 물류 거점을 운영 중이며, 트럭을 이용한 육로 배송망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은 한 번에 많이 나를 수가 없다. 비행기에 한 번에 적재할 수 있는 드라이아이스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백신 운송 규모에 제약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화이자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미국 전역과 해외로 배송한다. [AP=연합뉴스]

화이자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미국 전역과 해외로 배송한다. [AP=연합뉴스]

 
13일 오전 캘라마주 공장을 떠난 백신은 특송업체 화물 항공기로 물류거점(hub)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백신을 트럭에 나눠 담아 대형 병원과 약국 등으로 배달한다. 트럭에도 위치 추적장치와 온도, 빛,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했다.
 
시위대의 접근이나 교통사고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해 백신 트럭을 보호하는 호송 차량도 운영된다. 웨스 윌러 UPS 헬스케어 부문 대표는 지난 10일 상원에 출석해 "운송 트럭은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역할을 경찰이나 지방 정부가 맡을지, 민간에서 담당할지는 보안을 이유로 부연하지 않았다.
 
첫 백신 출하 물량은 영하 70도 이하 특수 냉동 시설을 갖춘 대형 병원들이 최종 목적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은 병원이나 약국은 코로나19 백신을 받기 위해서는 특수 냉동고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 백신 공급과 접종 희망자 간 수급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어 의료시설들이 특수 냉동고에 선뜻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컨테이너당 5000회 투약분 백신이 담겨 있어서 한꺼번에 접종 희망자를 많이 모아야 백신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5회 투약분이 담긴 약병 1개를 개봉하면 최대 6시간 동안 유효하다. 백신은 영하 70도 환경에서 최대 30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운송을 위해 화이자가 개발한 컨테이너. 피자 박스 크기 상자 5개를 넣은 뒤 드라이아이스로 덮는다. 5000회 투약분이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운송을 위해 화이자가 개발한 컨테이너. 피자 박스 크기 상자 5개를 넣은 뒤 드라이아이스로 덮는다. 5000회 투약분이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신 운송부터 접종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데다 시간과 온도 등 제약이 많아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많은 미국인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도시나 시골 주민에 대한 백신 접종은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첫 백신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 내 거점 636곳이다. 퍼나 장군은 백신이 14일 대형병원 등 145곳에, 15일 425곳, 16일 66곳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요양시설에 입주해 있는 고령자는 다음 주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약국 체인 CVS와 월그린은 소속 의료진을 50개 주에 있는 요양시설 7만5000곳에 파견해 입주자와 직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CVS는 이 작업을 완료하는 데 9~1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배송 다음 날 같은 장소에 추가 드라이아이스도 배달된다. 주사를 놓을 간호사들이 쓸 주사기와 장갑, 알코올 솜 등 장비는 별도로 배송한다.
 
이번 주말에 배송되는 첫 백신은 290만회 투약분이다. 화이자는 이달 말까지 미국 내에 2500만 회 투약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와 화이자는 총 1억회 투약분에 대해 공급 계약을 맺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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