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비 사용 지적에 압박 느낀 듯…"숨 막히는 불면과 괴로움" 토로
유족 '과도한 감찰' 문제 제기…"음주사고만으로 극단선택할 리 없어"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경을 헤매다 숨진 강원도 내 한 40대 경찰관이 쓴 유서가 공개됐다.
숨진 경찰관 A씨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남긴 글에는 음주운전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 조사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심경 등이 담겼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발전위원회(직발위)는 감찰 규칙에 별건 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과도한 감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7일 유족 측을 통해 입수한 유서를 보면 A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A씨는 음주운전 사고로 적발된 후 아내가 걱정할까 봐 경찰청 감찰관으로부터 업무비 사용을 지적받은 일에 관해서는 이야기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례대로 사용해 오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내 돈이 아니면 탐을 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내가 큰 실수를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자신이 조금 더 원칙을 지키고 엄격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지난 며칠 동안 숨 막히는 불면과 괴로움을 겪었다고 적었다.
특히 감찰 조사를 받으면 파면이나 해임이 분명할 테고 별도로 직무 고발되어 검찰수사도 받게 될 것이라며 실형을 살고 나오면 잘 살 자신이 없다고 썼다.
이어 몇 번이나 잘못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려 했던 일을 언급하며 '더는 세상 사람들 생각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심경도 담았다.
유서는 남은 가족이 잘 살길 바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이 유서는 지난 4일 발견됐으며, A씨는 친인척 2명 앞으로도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유서 등을 토대로 직발위를 통해 A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5일 A씨의 수첩에는 감찰관으로부터 업무상 사용한 비용과 관련해 지적받은 내용이 적혀 있어 '과도한 감찰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A씨가 '음주운전 외 다른 잘못을 저질러 파면당하면 퇴직금과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그 경우 현재 고3·고2인 두 딸의 대학 학자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친구에게 털어놓은 일도 감찰과 관련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 사고 이후 직위해제 됐으나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처벌을 감수하기로 한 만큼 음주사고만으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직발위 관계자는 "감찰 규칙에 별건 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A씨가 과도한 감찰에 심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낮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 이달 3일 숨졌다.
A씨는 지난달 1일 오후 8시 15분께 속초시 교동 국민은행 연수원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앞서 이 경찰서 소속 또 다른 경찰관이 5월 1일 음주사고를 내는 등 한 경찰서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두 차례나 잇따르나 경찰청 감찰부서는 지난달 초 직접 해당 경찰서를 대상으로 감찰에 나섰다.
감찰을 받은 해당 경찰서장은 내부 게시판에 '음주운전은 미친 짓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conany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7/07 14:54 송고
July 07, 2020 at 12:5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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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후 극단선택 경찰관 "감찰받으면 파면에 실형" 유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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